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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정리)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대화 (2025.04.10.)

공의모 2026. 7. 3. 11:00

<주제발표(정웅기): 의료 거버넌스의 문제설정과 과제>

2024 의대증원 사태에서 '효과적인' 동시에 '민주적인' 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했는가?

- 효과적인: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어야(sound and robust) 한다는 것

- 민주적인: 그것이 정당하다고(legitimate)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 "이 정책이 나의 생각에 반하더라도 동의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가능한가

> 2024 의대증원 과정은 위 두 가지 측면을 만족하지 못했다

2000년대부터 같은 이슈가 반복되고 있음(구조적 동형성)

- 시스템의 덩치가 커졌는데 이를 운용하는 방식의 내실을 다지지 못한 상태

-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에 조응하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 실패

- 문제?: 체계적인 의료 거버넌스가 부재하다는 것.

그렇다면 기존 구조의 문제는?

학계가 2024의대증원 사태에 대해 의미있는 답변을 얼마나 내놓았는가 반문해 보아야 함. 발제자는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함.

본인부담금 인상(95%)/실손보험 개편/진료권 부활/지역의사 양성 등등 모두 논의해볼 만한 이슈이나, 그 논의로 가기 전에, 이와 같은 제언들은 그동안의 의료이용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꿀만한 것들인데,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사회에서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가? 사실상 공백으로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임.

"What"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How"(예: 본인부담금이 늘면 이용자의 불편이 늘고 불만도 늘을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찾는 과정이 부재하다는 것.

한국에서 국가-의사 관계는 '미정립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 문제임. 그 대표적인 결과이자 의료개혁의 근본 문제가 공급자의 정부 불신임. 다만, 학계가 가진 전문성이 적절하게 동원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학계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거버넌스란 의사결정 및 조정 구조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그 목적임.

한국에서 거버넌스 이슈를 학문적/정책적 실무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이유는,

1) 인풋은 신경쓰지 않더라도 결과가 나오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

2) 행위자들이 각자의 불만은 있지만 핵심적 이해관계를 건드리지 않으면 넘어갈 수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임.

의료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1) 정부: 가성비 의료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의식이 없었음

2) 의사: 만성적 저수가 문제에도 시장 창출 등 개인의 노력이 있으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음

3) 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에 유례없을 정도로 극도로 자유롭게 의료자원에 접근가능했음

> 각자 나름의 불만은 있었으나 감당할 만했음.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의료비의 상승 등 기저의 조건이 변하면서 점점 다른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현행 건정심 구조로는 숙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좋은 제도라고 말하기 어려움.

좋은 정책은 당사자들이 순응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창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하는데, '돈보다 생명을', '건강권' 과 같은 표어는 '구호'이지 '정책'이 아님. 그걸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이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

그렇기에 좋은 거버넌스란,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함.

좋은 근거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민주적인 정책 결정과정이 되려면 근거를 '잘' 쓰는 방법과 그 '잘 쓰는' 관행을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함. 그렇기에 '과정'을 봐야 한다는 얘기를 다시 강조드린다.

지금까지 개혁 시도의 기본적인 정책도구로

1)한국의 데이터로 시뮬레이션 2)해외사례 원용

두 가지가 활용되었음.

> 그러나 이론과 방법론이 부재하여, 국내 보건의료 정책과정에서 후자는 외국의 경험을 자의적으로 선택해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데 사용(체리피킹)되거나, 과학적 근거로의 분석력을 획득하지 못한 채 특정 사실을 기술(description)하는 데 머무는 한계가 있음.

(특히 의대증원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던 보사연 3대 연구 보고서를 제시하며, 해외 6개국에 대해 소개하지만 그 사례선택에 대한 기준(rationale: 이 사례가 해당 연구질문에 왜 중요하며, 어떻게 비교의 대상이 되었는가?)이 부재하다고 지적함. 보사연 보고서의 해외사례 나열은 단순한 '기술'일 뿐이지(체리피킹) '근거'가 아님.

이상의 논의에 기초해, 3가지 정책제언을 하고자 함.

1. 커미션: committee는 '위원회'(정부 산하조직), commission은 정부산하의 위원회와는 다른데, 그 구성을 달리 운영해야 하기 때문임. 위원장은 정치인이거나 정부관료일 수 있으나, 그 역할은 연구를 온전히 서포트하는 것으로 주어져야 함. 민간연구자들을 모아서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하며 핵심은, '현지조사'를 하는 것(현지와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 정해진 기간과 독립성을 보장받아 현지조사를 함으로써 common ground를 가지고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국회가 포럼으로써 더 기능할 수 있으면 좋겠다.

2. 거버넌스에 대한 교육: 가령 의료개혁 이슈에서 꼽자면 '인력투입' 이라는 functionalism에서 벗어나야 함(지역 수준의 거버넌스). 중간관리자 이상 레벨의 보건복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국의 고유한 의료 거버넌스의 성격과 작동방식을 이론적/역사적 관점과 비교의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함. 좋은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투명성, 책임성, 참여, 진실성, 역량을 평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3. 의사 집단에서는, 집단적으로 경험을 익히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함.

의사이자 사회과학자로서 보건의료체계의 핵심 이슈를 정확히 이해하는 정책전문가가 많아져야 의료계의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의료계가 내실 있는 정책전문가를 키워내야 정부의 의미있는 정책 파트너가 될 수 있고 사회의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

[토론발제]

1. 박형욱:

의료거버넌스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 질문이 필요함. 발제자가 한국의 국가-의사 관계가 미정립되었다고 표현했으나, 나는 '전근대적'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당연지정제(강제지정제), 사직서 수리금지명령 등 정부가 휘두른 권력은 '전근대적'임.

유럽은 생명이 소중하다며 의료서비스를 강제로 싸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정을 더 투입했음. 그러나 한국은 생명이 소중하다며 의료서비스를 강제로 싸게 만들었음. 전공의는 기본권을 존중받지도 못했고, 의료 영역에서의 민형사상 책임으로 인해 필수의료 이탈이 가속화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비교제도론적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 의료의 근본적 모순임. 건정심 구조 역시, 보험자와 보험가입자가 이중으로 표를 행사하고 공급자가 동일하게 한표를 행사하며, 의사의 수가를 결정하는데 의사 이외의 의료인에게 표결권을 주고 의사 대표를 극소수로 만드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불공정한 제도임.

보건복지부는 최근 응급복부수술 및 마취 수가를 200% 인상하기로 했음. 어느날 갑자기 200%를 올린다는 것은 정상적인 행정이 아니다. 올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동안은 합당한 수가 산정을 하지 않았는지 그 근본 구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함.

한국 의료 거버넌스에 있어 우선, 공정한 거버넌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 위원회를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임. 2천명이라는 숫자는 정부 발표 1시간 전 보정심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위원회를 이런 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면 없애는 게 낫다. 앞으로 진행될 보건의료인력 추계위원회도 마찬가지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허수아비 위원회가 되지 않으려면 합당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존중하는 거버넌스가 되어야 함(의료접근도, 의사의 지역적 밀도와 생산성, 의료기술의 발달 등 고려해야 할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거버넌스가 되어야 함).

한국의 필수의료 파탄은 시장 실패가 아니라 명백히 정부 실패이며, 의료거버넌스의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의료제도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에 대한 거시적 목표가 필요함.

2. 정승준: 의료거버넌스의 현실화 방안

거버넌스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거버넌스는 정부-의사-이용자 를 모두 포괄하는 구조여야 함에도, 그동안 정부-의사, 정부-환자 로 이원화된 협의체를 운영하며 각 협의체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상한 형태였음. 의정갈등 과정에서도 의사단체와 별개의 '이용자단체'라는 것은 의정갈등 구조에서 지켜보는 방관자 역할에 다름아니었음. 그래서 정부는 이용자단체와 의사단체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역할만 수행하게 된 것.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증원에 대한 논의가 수 차례 있었음에도 그 협의체 내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정도의 합의에만 머물고는, 2023년 10월경 교육부가 각 대학에 설문조사를 하는 식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함으로써 '2천명'이라는 불상사가 벌어졌다고 본다.

다만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증원의 규모를 결정하지 못했을 뿐, 근거를 갖춰서 증원하자는 것까지는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에 현재 의협, 전공의단체 등이 증원을 일체 반대하는 것은 그 협의체에서의 논의를 뒤집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용자협의체는 지속적으로 의대증원을 요구해왔으나 정부 정책에 활용되지 않은 면이 있다.

거버넌스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국민을 중심으로 한 적정한 의료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고 의료재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임. 필수의료/지역의료가 부족하니 채워넣자는 말은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국민 중심의' 아젠다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성과지표를 어떤 것으로 설정할 것인가를 합의하는 체제이 되어야 함.

누가 거버넌스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의료재정을 만들어 내는)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민을 위해 나머지(정부, 의료계)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여기서 환자단체는 직접적인 이용자단체/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국민과 동치시키기는 어려움. 환자단체와 별개로 시민단체가 존재해야 의견이 조율될 수 있을 것이며 공익단체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건정심 구조에 대해서도, 그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공급자:이용자=1:1 구조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국민을 위해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측면으로 보아야 한다.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 1) 의대증원, 필수의료패키지에 대한 것은 정부가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임. 2) 건보 재정을 떠받치는 것은 결국 국민 전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3. 서경화

그동안 의사인력 수급 관련 문제가 항상 의대증원으로 귀결되었던 것은, 근본적인 원인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단기적 현안 해결에만 집중하여 정부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리냐/마냐 단순한 두 가지 선택지만 가지고 있었던 것.

한국 보건의료 정책 지형에 대해: 정부 차원의 거시적 영역과 지역의료에 있어 별도의 거버넌스가 있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함. 독일에서는 멀티레벨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유사함(뒤에서 설명하고 싶었는데 시간관계상 못함).

거버넌스는 성숙한 논의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거버넌스로 문제를 설정하는 것은 좋은 접근임. 다만 보건의료의 거버넌스 개념에 대해 서로 합의가 필요함.

해외사례를 원용하지 말자는 의견에 동의함. 한국은 정책을 수립할 때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자의적인 해석을 한다고 생각한다.

발제자와 다르게, 의료인력만 다루는 거버넌스도 별도로 필요하다고 생각함. 보건의료 거버넌스는 '관리'의 측면만 중요하게 여기지만, 인력의 경우에는 유기적으로 연계된 요소가 많으므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이를 다루는 것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기 때문.

단순하게 '위원회를 구성한다' 라는 측면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의사결정 구조까지 함께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도 주지 않았고 일방적인 통보를 한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논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결국 거버넌스의 구축이다.

4. 김지영

'개혁'정책은 대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지 않는 국정과제 정도로 제시되므로 의견을 내는 사람이 제한된 구조 내에서 정책이 결정됨. 따라서 야당/시민/이해관계자의 반발 등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음.

의대증원 정책은 일반적인 개혁정책과는 다른데, 응급실 뺑뺑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있었고, 여론조사 결과라는 자료도 있는 등 어느정도 공론화가 이루어진 상황이었지만 결정과정이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구조에서 이루어졌다는 문제가 큼. 이해당사자가 반발하고 의회의 협조를 얻지 못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증원규모가 2천명에서 1500명, 조건부동결까지 변하는 등 숫자의 정당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음. 의대증원에 대해서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결정하였는데 정부-(이해당사자인) 의사간 협상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는 드묾. 이런식으로 이해당사자를 일대일로 낀 논의구조가 만들어지면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 정책을 받을 수 있냐 없냐'의 싸움이 되어버린다. 그 결과 일방적인 정책결정이 이뤄지거나, 결정이 아예 이뤄지지 않게 된다.

협의체의 개선방안은, 1) 이해당사자와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논의구조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의 새로운 모습은 정부/공급자/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추천하는 방식이 적절해 보임. 이때 정원의 2배수를 추천하고 상호 논의를 통해 2배수의 절반을 배제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특정 이해당사자가 참여할 유인이 생긴다고 본다. 2) 현재의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급격하게 정책을 변동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책의 실패도 경로의존성이 강해서 특정 정책이 실패하는 것을 반복하면 앞으로도 계속 실패하게 된다. 정작 정책을 추진해야 할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기존의 큰 틀은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5. 성창현

(해외 사례와의) 비교정책연구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

의료정책 거버넌스는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것을 작동시키는 방식과 다른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다. 특히 의료정책 시스템은 다른 거버넌스와 달리 '전문성'이라는 요소가 특히 중요하다고 보고 그것을 존중하고자 한다.

거버넌스에서 참여자의 책임성을 잘 보호하고 잘 구현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거버넌스가 더 경직되는 것이 아니라 발전하길 바란다. 의료인력추계위를 잘 이행하기 위해 건정심, 보정심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제고하는 방안도 같이 상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