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을 써서 세상을 바꾸는 의사가 되자 "
2024.5.11. 제 1회 공의모 포럼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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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 이주영 개혁신당 국회의원
[글쓰기는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가?]
개혁신당 이주영
열 넷, 혹은 열 다섯 정도였을 어느 밤, 우리는 모두 남몰래 일기를 썼습니다. 무거운 학업에 대해 썼고, 혼자 짝사랑하던 누군가에 대해 썼고, 별 것 아닌 오해로 틀어져버린 친구에 대해 썼습니다. 여드름에 뺑뺑이 안경을 쓴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외모나 어쩐지 부러운 옆 반 아이에 대해서도 썼을 겁니다. 우리는 그 때 알았습니다. 글쓰기는 나를 내 마음 속 가장 깊고 어두운 곳으로 데리고 갑니다.
글쓰기는,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 가 주기도 합니다. 학대 받은 아이의 사연으로 못내 잠을 이루지 못하던 밤, 허탈과 망연함으로 쓴 글이 세상 사람들 사이로 날아갔습니다. 수 많은 댓글이 달렸고, 공감과 응원과 질타와 비난이 저의 휴대폰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글이 널리 퍼지면서 새로운 곳으로부터의 연락이, 그리고 곧 이어 새로운 기회들이 주어졌습니다. 저는 방송을 경험하게 되었고 태어나 처음 해 본 한 시간 반의 생방송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과정을 통해 저의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 모든 것은 오직 단 한 편의 글에서 시작되었어요.
또한 글쓰기는 나를 새로운 사람들 사이로 데려가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 겨울, 저의 첫번째 책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책은 대부분 천안에서 수서역으로 향하는 퇴근길의 열차 안에서 쓰여졌습니다. 이 책은 팔할이 나의 분노와 엄지 손가락으로부터 나왔어, 저는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격앙의 정도에 비례한 조회수와 공유 횟수에 힘입어 저의 글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저도 모르는 곳까지 당도하였고, 몇 군데의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를 받기도 했지요. 그 과정에서 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가 20년 넘게 몸 담아 온 의료계의 우물을 벗어나 출판계와 언론계, 행정과 정치, 교육에 이르기까지 제 주변에는 내가 전에 알 수 없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오직 단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고요.
글은 가장 휘발성이 낮은 도구입니다. 나의 생각은 찰나조차 머물지 않고 나를 스쳐 사라집니다. 나의 말도 그렇습니다. 대부분은 기억조차 나지 않고, 흘러간 뒤에는 곱씹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수 많은 영상으로 흔적을 남겨보지만 그 이야기 속 내가 애써 고른 단어, 굳이 선택한 조사로 인해 미묘하게 달라지는 나의 생각과 감정은 듣는 이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글을 씁니다. 나의 생각은 글로 남길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내가 스스로 직면하고 나아가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정교한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만 아는 그 무기가 다른 이의 눈에 띄었을 때, 나의 세상은 드디어 외연을 확장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아는 것이 없어도, 내게 좋은 표현이 없을지라도 우리는 글을 써야 합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나에게는 일을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적더라도 나는 배움의 시간을 남길 수 있습니다. 좋은 표현은 내 안에서 일부러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을 관찰하고 고민하는 일상 속에서 좋은, 혹은 나쁜 의미로 뒤통수를 맞는 순간 저절로 튀어 나오게 될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 우리 함께 쓰고, 또 지켜봅시다. 나의 글이 나를 다시 어디로 데리고 갈지, 여러분의 글이 여러분을 어디로 데리고 갈지.
먼 바다를 넘어 우리 각자의 새로운 땅에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애정을 담아, 이주영 드림
[추천 도서 / 개혁신당 이주영]
가운을 벗은 의사들 (박종호/풍월당)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모르는 곳까지 날아갔던 새들이 있었다' 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클래식 전문 예술 공간인 '풍월당'을 설립한 박종호 선생님께서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낸 18명의 의사들을 소개합니다. 그들은 모두 한 때 의사였으나 의업을 넘어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 책 속의 의사들은 각자 문학가로, 혁명가로, 정치가이자 국부로, 군인이자 교육가로 세상을 움직였습니다. 뜻하지 않은 인생의 어느 한 장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격랑은 개인을 무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파도는 나를 띄워 새로운 곳으로 더 멀리, 더 쉽게 가도록 돕기도 할 겁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아 가세요. 내일을 구체적으로 꿈 꾸세요. 좋은 의사인 여러분은 다른 더 좋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다짐하세요. 거대한 파도를 맞아야 한다면 주저앉지 말고 기꺼이 그 위에 올라 타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저 멀고도 멋진 곳에 여러분이 다다르기를, 그 곳에서 행복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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